제목[파퓰러사이언스] 소년 DIY 마니아2015-04-08 22: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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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evel 10


 

소년 DIY 마니아

교육에 재미와 흥미를 불어넣길 원했던 12세의 전자공학 영재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직접 강사가 됐다.

STORY BY SUSAN MORAN

PHOTOGRAPHS BY CHRIS MCPHERSON

입력시간 : 2013-09-16 10:51:14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한 해커스페이스. MIT 티셔츠를 입은 퀸 에트나이어가 실내를 가득 채운 사람들 앞에 놓인 작업대로 걸어갔다.

그리고 작업대 위의 노트북을 몇차례 클릭한 뒤 고개를 들고 말했다.


“토요일인데도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날 강의를 들으러온 사람들은 중년 남성과 청소년 18명이었다. 완구 제조업자, 엔지니어, 고등학교 전자공학 교사도 포함돼 있었다.

퀸이 손에 들고 있던 아이팟을 클릭하자 프로젝터스크린에 ‘아두이노 강좌 입문’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그는 오늘 30달러짜리 아두이노 마이크로컨트롤러 기판을 이용한 프로그래밍 방법을 강의할 예정이었다. 퀸이 백팩으로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선 제가 만든 것들을 보여드릴게요. 여러분도 충분히 만드실 수 있습니다.”


백팩에서 퀸이 처음 꺼낸 것은 큰 눈과 궤도형 바퀴를 가진 자율주행 로봇이었다. 신발상자보다 조금 작은 크기였고, 이름은 ‘퍼즈봇(FuzzBot)’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LED가 부착된 야구모자도 꺼내들었다.


“이 모자는 ‘가스 캡(Gas Cap)’이에요. 방귀를 탐지하는 센서랍니다. 방귀의 메탄가스를 감지하면 LED가 켜지죠.”


그가 가스 캡의 프로그래밍 방식을 설명하자 몇몇 청소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른들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석자들은 퀸이 전자기기 DIY의 떠오르는 샛별이라는 명성을 듣고 이곳을 찾았지만 대부분은 이곳에 도착한 후에야 그가 12살에 불과한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들의 당혹스러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퀸은 자신의 학생들에게 노트북을 켜고 아두이노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설치를 마친 사람들이 센서와 회로기판, 브레드보드 등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었고, 퀸은 4시간 동안 총 6개의 프로그래밍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지도했다. 수업은 전위차계가 측정한 전압을 LED 그래프로 시각화해주는 전자식 계기판 제작으로 끝이 났는데 한 소년은 프로그래밍에 성공하자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기도 했다.


수업이 마무리되자 해커스페이스에 강의 공간을 마련해준 3D 프린터 제조기업 디즈메이커의 설립자 디에고 포르케라스 사장이 나와 퀸이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멋쩍은 표정의 퀸이 부모인 에단 에트나이어와 카렌 미쿠니가 서있던 뒤쪽 테이블로 향했고, 강의실은 곧 상점으로 변했다.


“3개 이상 사시면 20% 할인해 드려요.”


(소년 강사- 퀸은 해커스페이스에서 정기적으로 전자기기 강의를 한다. LA 소재 해커스페이스인 ‘LA 메이커스페이스’의 타라 타이거 브라운 사무국장에 따르면 웬만한 어른보다 강의의 질이 높다고 한다.)


아두이노는 저렴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오픈소스 마이크로컨트롤러다. 하드웨어(회로기판)와 소프트웨어(프로그래밍 언어)로 구

성돼 있고,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가짓수로 조합이 가능하다. 아무리 기발한 DIY 프로젝트라도 아두이노만 있다면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위팅을 하는 커피포트나 자동화된 애완동물 출입구 제작도 문제없다.


사실 아두이노는 상호작용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의 교육용 자재로 개발, 2005년 출시된 제품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효용성을 간파한 DIY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기 시작했고, 2011년까지 전 세계에서 25만개 이상이 팔려나갔다.


2011년은 레고의 디지털로봇 ‘마인드스톰’에 질려있던 퀸이 유명 DIY 전시회인 ‘메이커 페어(Maker Faire)’를 찾았다가 아두이노 기판을 가지고 이리저리 납땜하는 작업에 매료된 때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온 퀸은 온라인으로 부품들을 주문했고, 독학으로 코딩을 익혔다.


“처음에는 0과 1로만 이뤄진 코딩이 정말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단 한 줄의 코드와 간단한 영어단어로도 LED를 깜박이게 할 수 있음을 알았죠. 이후부터는 코딩만큼 재미난 것도 없더라고요.”


두 사람 모두 의사였던 퀸의 부모는 이같은 그의 취미에 당혹스러워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11번째 생일에 콜로라도주 볼더에 위치한 스파크펀 일렉트로닉스 본사에서 열린 아두이노 강좌에 데려갔다.


당시 퀸은 강좌를 듣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어렸다.


그러나 실력은 나이와는 상관없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퀸에게 자신의 DIY 프로젝트와 관련한 문제를 얘기하고 조언을 구했다.


이후 수개월간 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코드 입력과 납땜, 새로운 프로젝트 구상을 위해 매일 몇 시간을 보냈다. 앞서 언급한 가스 캡도 바로 이때 구상해낸 작품으로 DIY 커뮤니티인 ‘인스트럭터블스(Instructable)’에서 대히트를 쳤다. 인스트럭터블스의 기술자문인 랜디 사라판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 또래에 그만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가스 캡을 DIY하려면 전자공학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전자기기를 직물과 융합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퀸은 자신의 아두이노 센서인 ‘아두-센서(Ardu-Sensor)’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하고자 지난해 Q테크노우라는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그 활용법을 알려주는 설명서도 여러 권 썼다. 또한 스파크펀과 계약을 체결, 다수의 회로기판과 8종의 센서로 이뤄진 ‘Q테크노우 아두-센서 학습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집 차고를 해커스페이스로 개조했다. 종종 이곳을 워크숍 장소로도 이용한다. 한번은 닌텐도 위(wii)의 눈차크(Nunchuk) 컨트롤러를 해킹해 구글어스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용 인터페이스로 개조하는 방법을 주제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봄 그는 메이커 페어를 다시 찾았다. 다만 이번은 관람객이 아닌 초청강사의 자격이었다.


(어른 아이- 전자부품 온라인상점인 스파크펀 일렉트로닉스의 설계공학자 마이크 홀드는 퀸이 어떨 때는 어른처럼, 어떨 때는 아이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퀸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가 기술적으로나 인격적으로 모두 뛰어나다는 데 동의한다. 동기부여와 추진력도 톱클래스 수준이다. 퀸의 트위터 소개말에도 이 점이 나타나 있다.


‘저는 12살의 DIY 제작자로 아두이노와 전자기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전자기기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두-센서를 판매 중이며, 7년 내에 MIT에 입학할 계획입니다.’


현재 퀸은 저렴한 하드웨어와 무료 소프트웨어, 미 전역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해커스페이스들을 양분 삼아 등장한 어린 발명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메이커 키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LA 메이커스페이스’ 같은 곳에서는 퀸 같은 어린 발명가들이 해커들과 함께 자신의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스파크펀의 교육봉사담당관 제프 브랜슨은 이렇게 설명한다.


“퀸은 아직 표면에 떠오르지 않은 모든 어린 발명가들의 선도자에요. 앞으로 우리는 퀸과 같은 친구들이 모여 서로를 가르치는 모습들을 더 많이 보게 될 겁니다.”


물론 어린 발명가의 최일선에 있는 서 있는 것은 퀸뿐만이 아니다.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라는 닉네임으로 잘 알려진 12살의 실비아 토드도 떠오르는 스타 중 한명이다. 이 소녀가 만든 메이커 쇼 영상은 이미 150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얼마 전 그녀는 직물용 아두이노 기판인 릴리패드(LilyPad)와 LED로 만든 심박 센서를 사용해 찰흙처럼 유연하고 물렁물렁한 회로기판의 제작법 영상을 업로드해서 히트를 쳤고, 올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화이트하우스 사이언스 페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림 그리는 로봇 ‘워터컬러봇(WaterColorBot)’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에 스파크펀, 아다프루트 인더스트리즈 등의 업체들은 퀸이나 실비아 같은 어린 친구들이 있는 곳에 교육팀을 보내 미래의 창의적 과학자와 공학자로 육성하고 있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는 ‘해커 스카우트’라는 비영리조직도 출범했다. 8~15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길드 형태의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교육과 조언을 해주는 게 이 조직의 목표다. 여기에 속한 화이트해커 꿈나무들은 목공, 재봉, 리눅스 운영체제 운용 등 기본기를 닦은 다음에 팀 단위로 한층 복잡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이와 유사한 ‘메이커 군단(Maker Corps)’이라는 전국단위 조직도 있다. 18~22세의 해커들을 교육해 온·오프라인에서 어린이 및 청소년을 가르칠 지도자로 육성하고 있는 상태다.


세그웨이 발명자인 딘 카멘이 세운 ‘퍼스트(FIRST)’라는 조직 역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과학기술의 이해와 활용, 즐거움을 전해주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로봇공학프로그램을 운용 중이다. 퍼스트는 매년 로봇공학경진대회도 개최하는데 올 3~4월 열린 2013년 대회에는 10년 전과 비교해 4배나 많은 2,546개팀이 참가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11년 사이언스 에듀케이션 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STEM 과목을 좋아하는 고교 고학년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STEM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할 확률이 3배나 높았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미국 인디애나대학 과학교육학과 애덤 말티즈 교수는 학생들을 가급적 빨리 STEM 과목에 노출시켜 흥미를 유발하고, 그 흥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줄 때 창의적 발명가, 혁신적 해커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퀸의 경우 이 모든 조건이 완벽히 충족되어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캡틴Q -퀸은 미국의 소년·소녀 발명가들을 대표하는 리더다. 그의 강의에는 성인들도 적잖이 찾아온다.)


디즈메이커의 해커스페이스에서 강의를 한 다음날 필자는 퀸과 함께 퀸의 부모님 자동차를 타고 캘리포니아주 샌루이스 오비스포에 위치한 그의 집으로 출발했다. 퀸은 출발 직후 루빅큐브를 꺼내 단 16초 만에 맞춰버리더니 부친의 아이패드를 켜서 뭔가를 타이핑하며 필자에게 말했다. 현재 미국의 12학년제 교육제도에 대해 검토한 결과, 더 좋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퀸은 새로운 시스템을 ‘뉴 Q테크노우 스쿨’이라 칭했다.


“지금의 학교는 정말 따분하지만 훨씬 재미있고 인터랙티브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봐요. 그러려면 더 많은 멘토링과 실습이 필요합니다.”


뉴 Q테크노우 스쿨의 핵심은 초등학교 3년, 중학교 5년, 고등학교 4년으로 학제를 재편한 뒤 초·중·고교를 인근에 배치시켜 하루에 한 번 이상 상급생들이 하급생을 지도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스스로도 이미 수년간 다른 학생들의 수학공부를 돕고 있다.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재미있어요. 하급생들은 상급생들을 우러러보게 되고, 상급생들은 학업 성취도와 흥미를 높일 수 있죠. 제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도 공부를 좋아했던 건 공부가 즐겁기 때문이었어요.”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는 동안에는 현 학제 내에 더 많은 실습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퀸의 생각이다. 이 생각의 실천을 위해 올 3월 자신의 학교가 속한 학군의 부감독관인 레이니 달리를 찾아가 수업시간에 전자 키트를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달리는 아두이노에 문외한이었지만 퍼즈봇 등 퀸의 작품시연을 보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두 가지를 깨달았죠. 이 아이가 정말 뛰어나다는 것, 실습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달리는 감독관에게 퀸의 제안을 전달했고, 감독관은 10여명의 학교장과 교사들을 퀸에게 보내 직접 강의를 듣도록 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달리에 의하면 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퀸은 저희에게 미래의 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줬답니다.”


결국 달리의 학군에서는 올 가을 스파크펀의 교육팀을 초빙, 교사들에게 실습교육을 실시키로 결정했다.


2014년 퀸이 입학할 아로요 그란데 고교 또한 전자기기 DIY 프로그램 도입을 계획 중이다.


차를 타고 출발한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퀸은 여전히 아이패드를 들고 뉴 Q테크노우 스쿨의 제도를 손보고 있었다. 아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을 클릭하더니 가장 가까운 드라이브인 햄버거 판매점을 검색했다. 그리고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엄마를 졸라대기 시작했다.


“엄마, 프렌치프라이 2개 먹고 싶어요. 주문해도 되죠?”


(퀸 에트나이어가 자율주행로봇 ‘퍼즈봇(FuzzBot)’을 만든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로봇키트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어느 날 로봇키트에 페럴랙스의 초음파센서를 장착, 장애물 회피 능력을 갖도록 해보고 싶었어요. 그날부터 코딩 작업에 매달려서 완벽해질 때까지 가다듬었죠.”


이후 퀸은 퍼즈봇에 바닥 청소기능을 추가했다. 꼬리 부분에 걸레를 매달아 먼지를 닦아내도록 한 것. 그가 퍼즈봇을 ‘해킹 가능한 소형 룸바’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퀸은 현재 퍼즈봇의 효용성 극대화를 위해 무선조종 기능 장착에 힘쓰고 있다.


자세한 제작법은 www.instructables.com/id/FuzzBot 참조.


[SUPER-AWESOME SYLVIA] 실비아 토드[위]의 슈퍼 어썸 메이커 쇼사이트(sylviashow.com)에는 ‘카퍼타스틱 빌드(coppertastic build)’라는 명칭의 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유튜브에서 약 3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서 실비아는 부식가공을 통해 구리 장식품이나 회로기판을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녀는 2010년 부친과 함께 사이트의 운용을 시작했으며 아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20여개가 올라와 있다.

룸바 (Roomba) 아이로봇이 개발한 로봇청소기.

브레드보드 (breadboard) 전자 회로 시제품 제작에 쓰이는 재사용 가능한 무납땜 모의 회로실험 장치.

해커스페이스 (hackerspace) 개인발병가와 화이트 해커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동 작업 공간.

제작법 영상 유튜브에서 ‘Sylvia Squishy Circuits’을 검색하면 관련영상을 볼 수 있다.

STEM Science(과학),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Mathematics(수학)의 약자.


[출처: http://popsci.hankooki.com/Article/ArticleView.php?UID=10138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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